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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한국에서 온 재즈, 유럽에서도 열광합니다"

[머니투데이 베를린(독일)=김고금평 기자][[르포]'재즈코리아 페스티벌 2014'…칼바람 부는 베를린에서 거문고·색소폰…게르만족 홀린 K재즈]


 

 

 

 

/사진제공=독일한국문화원

칼바람이 쌩쌩 부는 1일(현지시간) 저녁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 클라이네 아레나에 현지 관람객 4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재즈코리아 페스티벌 2014'의 개막 공연을 보기위해 추위를 뚫고 모여든 '한국 재즈 마니아'들인 셈.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모자이크코리아. 국악 연주자 5명, 재즈 연주자 4명 등 9명으로 구성된 크로스 재즈 밴드다. "한국 재즈가 기대 이상"이라는 입소문이 지난해 첫회부터 퍼지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몰려든 현지 관객들은 이 특이한 정체성의 밴드에 커다란 호기심을 드러냈다.

◇ 게르만족을 홀리다…재즈 그 이상의 '마술쇼'

 

 

 

이날 공연은 재즈적이면서 비재즈적이었다. 어떤 형식이나 문법에 구애받지 않고, 물 흐르듯 자유자재로 튕기는 선율과 리듬은 정형화된 유럽의 보편적 재즈를 긴장시킬 만큼 혁신적이었다. 재즈가 가진 본연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국 고유의 민속음악에 대한 정체성도 확인시켰다. 무대 전면을 지배한 건 콘트라베이스나 색소폰 등 재즈의 주류 악기가 아니라, 거문고·해금·장구 등 우리 고유의 민속 악기였기 때문.

가장 돋보인 장면은 국악 연주의 '삐딱함'이었다. 우리가 흔히 듣던, 그래서 폄하하기 쉬웠던 국악에 대한 기존 인식이 와르르 무너졌다. 국악은 언제든 재즈속에 동화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아니, 되레 재즈를 리드했다. 이를테면 거문고는 '딩디딩~'하는 서정적 연주의 한계에 갇히지 않았다. 기타처럼 모든 현을 사용해 업앤다운(up&down) 스트로크식의 신기한 기술을 선보이거나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의 '6잇단음표'같이 세밀하게 쪼갠 리듬을 독특하게 구사했다.

현지 관객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낸 건 이 즈음이었다. 국악의 정적인 선율이 동적인 리듬으로 옮겨올 때부터 관객은 반응은 점점 더 거세졌다. 국악과 국악의 협연, 국악과 양악의 협연 같은 크로스 하모니 무대에서 관객과 무대는 더 이상 따로 놀지 않았다. 거문고, 대금, 장구, 해금의 소위 '국악 쿼텟' 연주는 한국 재즈가 보여줄 수 있는 리듬의 최고 수위를 찍었고, 해금과 색소폰, 드럼이 엮은 국악과 양악의 밸런스에선 '어떤 악기'가 아닌 '어떤 표현'이 중요한가를 되묻게 했다.

한국의 소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정가(보컬)와 장구의 협연도 한국 재즈의 세계화 가능성에 도전장을 내밀만했다. 음표를 따라가는 서양식 재즈와 달리, 이 두 사람의 소리는 짐승이 울부짖는 본능의 소리, 잉태의 원초성을 암시하는 세상 이전의 소리 같은 느낌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의 소리가 끝날 때 이를 이어받은 소리는 기타와 색소폰, 드럼과 콘트라베이스 등 양악기였다. 어떤 면에선 생뚱맞은 조화의 역설의 사운드이고, 불협화음의 연결이었다. 그것이 한국의 독창적인 재즈다.

공연을 찾은 독일 색소포니스트 게르트 앙클람(45)은 "가장 감명 받은 건 자신의 뿌리로부터 재즈를 발전시킨 것"이라며 "장구 등 한국의 변화무쌍한 리듬은 유럽의 정형화된 리듬 패턴과 달라 신기했고, 9명의 다양한 악기가 그렇게 조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재즈코리아 페스티벌 2014'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연 관계자들. 왼쪽부터 인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 나빌 아타사 독일 음악평론가, 이정일 독일한국문화원 문화사업팀장. /사진=베를린(독일)김고금평기자

 

 

 

 

/사진제공=독일한국문화원

◇ 7일까지 8개도시 '한국 재즈의 날'…독일 음반사가 탐내는 재즈스타 '수두룩'

모자이크코리아의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재즈코리아 페스티벌 2014'는 7일까지 독일 7개 지역(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포르츠하임, 프랑크푸르트, 에버스베르크, 로이틀링겐)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 페스티벌은 독일한국문화원(원장 윤종석) 개원 20주년을 맞아 한국 재즈의 저력을 유럽 곳곳에 알리는 게 목적이다. 모두 19명의 한국 음악인과 7명의 외국 연주자들이 참여, 총 26회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무대에는 한국의 국악 연주자들도 대거 포함됐다. 개막공연에도 참여한 허윤정(거문고), 이아람(대금), 김정희(장구), 김영하(해금)가 또다른 무대에 올라 국악과 재즈의 독특한 협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한국의 재즈 뮤지션들은 국내에서 이미 뛰어난 역량을 선보인 실력파들이다. 미국 뉴욕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꽃미남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을 비롯해 이지영·임미정·윤석철(피아노), 이주미(보컬) 등 한국 재즈를 새롭게 이끌 신진 세력들이 유럽 팬들의 구미를 당길 예정.

올해 페스티벌은 뮌헨 출신 재즈 베이시스트 마틴 젠커가 지난해에 이어 총 기획을 맡았다. 지난 2008년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초빙교수로 4년간 재직한 젠커는 한국의 젊고 뛰어난 역량의 뮤지션들을 독일한국문화원 주최의 '재즈코리아' 페스티벌에 소개하며 한국 재즈의 입지를 넓혔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알토 색소포니스트 진푸름은 하드밥의 기술 연주가 아닌 서정적 톤의 즉흥연주로 독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독일 레이블사와 손잡고 음반까지 냈다. 독일에서 이미 잘 알려진 재즈피아니스트 이지혜는 2012년 바덴 뷔르템베르크 재즈음악상을 수상했다. 3일 독일 레이블사에서 신보를 내놓은 김지석(색소폰)은 지난해 ‘재즈코리아’가 낳은 스타이기도 하다.

◇ "한국 경제대국만 아니다…한국문화 유럽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각광 기대"

지난해 독일 수드도이체 자이퉁지는 '삼성의 나라에서 온 블루노트'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1980년대 민주화 이후 한국은 경제강국으로만 성장한 게 아니다. 현대, 기아, 삼성, LG같은 기업들은 오늘날 폭스바겐, 지멘스급 대기업이 되었다. 한국의 문화분야도 폭발적인 발전을 해왔다'고 적었다.

 

 

 

 

 

/사진제공=독일한국문화원

미국의 가장 유명한 재즈클럽 블루노트가 한국에서도 비슷한 형식으로 성행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재즈가수의 여왕이 된 나윤선의 예처럼 한국 재즈는 나날이 세계의 중심에 서고 있다고 설명한 셈이다.

윤종석 독일한국문화원 원장은 "독일에서 문화는 전적으로 개인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산업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한국의 문화를 독일은 '수출상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2회 재즈코리아 페스티벌은 독일 라디오 방송사 4군데가 협찬했다. 지난 1일 재즈코리아 개막 기자회견에서 인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은 "작년 독일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한국의 재즈가 독일에 소개됐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크다"며 "내년 자라섬페스티벌에서도 독일 뮤지션이 참가하는 섹션을 하나 만들어볼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마틴 젠커와 함께 재즈코리아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나빌 아타시는 "한국 재즈는 젊고 역동적인데다 아방가르드한 측면도 있어 매우 실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일 독일한국문화원 문화사업팀장은 "작년 재즈코리아는 호기심으로 시작해 예상치 못한 기대와 환호를 받고 성장했지만, 아직 아티스트 섭외 등 미비한 점이 많다"며 "그래도 독일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며 한국 뮤지션들이 독일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문화사업환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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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김고금평기자 shinh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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